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전 갤럽 정당지지율에서 자유한국당은 무당층 비율과 엎치락 뒤치락 하며 낮은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당시 집권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당지지율 조사를 할 때마다 무당층이 많다는 착각을 하게 되지만 무당층은 언제나 국민들 중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두 번의 선거는 똑같은 현상속에서 다른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우선 제20대 선거는 2000년대 들어서 유일하게 원내교섭 단체를 확보한 제3당이 등장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은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과 함께 10석이 넘는 비례의석수를 확보하면서 38석을 차지했습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어떻게 제3당 출현을 성공시켰을까요? 정답은 구도에 있습니다.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 선출 이후 줄곧 계파 갈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친문-비문 논쟁을 시작으로 안철수 의원의 혁신 논쟁이 이어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의원과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과 거대 정당의 분열을 통해 제3지대를 완성시켰습니다.
반면 제21대 선거는 제3당은커녕 6공화국 이후 집권여당이 최대의석을 가졌을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합치면 양당에서 90%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차지했습니다.
제3지대, 중도, 실용주의의 성공 조건: 기성정당의 분열과 강력한 인물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기존 거대 정당의 분열 여부입니다. 제20대 총선에서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국회의원의 국민의당으로 쪼개졌습니다. 야권 분열과 함께 상당수 야당 국회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대중적 인지도가 상당히 높았던 안철수 국회의원은 중도주의를 강력히 표방하며 제3지대의 활로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제21대 총선에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통합을 선택했습니다. 새누리당 시절 탈당했던 바른정당 계열의 보수인사들을 받아들였고 당명 또한 미래통합당으로 변경했습니다. 분열의 여지는 줄어들고 거대 양당이 강력하게 결집한 선거전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당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당의 올란드 정부는 여러 실정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폭락했습니다. 당시 올란드 정부의 경제산업디지털 장관이었던 마크롱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사회당의 분열을 일으키고 새로운 신당을 창당했습니다. 이후 중도, 실용주의를 앞세워 거대 양당에 염증을 느낀 프랑스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단숨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금태섭 전 의원이 믿고있는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거대 정당의 분열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필요합니다. 금태섭 전 의원 본인은 자신을 제3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 인지도면에서 과거 안철수 국회의원과 너무나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크롱과 비교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제3지대를 추동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분열이라는 요인은 상당한 원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낸 과정 이후 상당한 노선투쟁에 대한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기존의 보수세력과 새로운 보수 세력의 정치적 투쟁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은 상당수의 비명계 국회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대 정당의 내부 갈등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분열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꿈이 이뤄지기 위해선 거대 정당의 분열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분열을 강하게 추동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해야만 제3지대를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총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무당층의 높아진 비율만으로 제3지대를 완성시킬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계속 말했던 거대 양당의 분열과 이를 추동할 수 있는 인물이 제3지대 탄생의 핵심 요인이 될 것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자신이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을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