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2인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번 선거 결과로 프랑스 내각은 혼란을 맞이하게 될 예정입니다. 우선 마크롱의 후계자인 아탈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총선 패배를 책임진다는 의미입니다. 총리 추천권은 분명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탈 총리의 사임을 반려한 상태입니다. 혼란스러운 조기총선 이후 정치세력들의 내각 구성 주도권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본인이 가진 권한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까요?
우선 만 35세의 아탈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려면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을 붕괴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크롱은 중도 좌파 정당인 사회당 출신입니다. 사회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좌파 연합 중 상대적으로 온건한 사회당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당은 마크롱에게 매우 적대적입니다. 그가 당을 배반하고 새로운 신당을 만든 바람에 궤멸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좌파연합이 내각을 구성하게 될까요?
문제는 좌파연합 내에서 벌써부터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합 내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 ‘불복하는 프랑스’의 대표 장 뤽 멜랑숑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큽니다. 그는 너무나도 급진적이고 정책적으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인물입니다. 특히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프랑스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그가 내각을 이끌 경우 짧은 시간 내 정부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정부 예산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퍼주겠다는 공약만 내밀기 때문입니다. 멜랑숑은 벌써 최저임금 인상, 초과이윤 세제 등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결선투표로 인해서 극우정당의 정부 수립은 막았지만, 프랑스 내각 구성의 혼란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게다가 프랑스는 유럽의 다른 다당제 국가와 달리 분열된 선거 결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집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연정이 활발한 반면, 프랑스는 대통령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집권여당이 단독 정부를 수립합니다. 오랜 시간 연정을 거부해 온 관행은 이번 조기총선 결과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집권당의 소수 정부를 구성하든, 제1당을 존중해서 좌파연합 총리를 세우든 불안한 미래 앞에 놓여있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정부 구성을 이뤄내지 못하면, 그는 제3의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그랬듯, 기술주의 정부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기술주의 정부는 단순하게 정치인을 배제하고 관료를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경제, 공학, 공공 건강 등 특정 분야의 기술 지식과 전문성으로 내각을 구성합니다. 이들은 정치적 고려는 배제한 채 기술적인 관점에서 내각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마크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절반의 성공, 분열된 의회
극우 정당의 집권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에 성공한 마크롱은 안타깝게도 분열된 의회를 돌려받았습니다. 게다가 3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연합은 더 강력한 모습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조기총선을 통해서 좌우 극단 집단의 강력한 공세를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만약 조기총선을 치루지 않았다면, 임기가 끝나는 그 날까지 마크롱의 집권여당은 날마다 낮은 지지율이 공표되면서 공개 처형대로 나아갔을 겁니다. 😓
그러나 조기총선에서 여전히 2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그룹의 지위를 확보하면서 전열을 재정비 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정치의 시간입니다. 프랑스의 많은 시민들은 마크롱을 주피터(제우스)라고 합니다. 신들의 신인 주피터는 전제군주와 다를 바 없는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더 이상 일방통행은 안됩니다. 아무리 연금개혁이 중요하더라도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친기업 정책이 더 많은 세수확보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불평등 완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르펜의 국민연합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마크롱은 자신이 꿈꾸던 프랑스의 부활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마크롱과 집권여당의 지혜와 섬세함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