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은 역사적인 참패를 당하며 노동당에게 정권을 넘겨줬습니다. 노동당은 의석 점유율 63.2%로 대승을 거뒀고, 보수당은 18.6%에 그쳤습니다. 자유민주당도 72석을 차지하며 부활했어요. 하지만 일부 보수당 지지층은 노동당의 승리를 '절반의 승리'로 폄하합니다. 왜 그럴까요? 🤔 글을 읽고 난 뒤, 아래 '피드백 남기기'에 의견을 남겨주시면 총 3분께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선물로 드립니다.
Photo by castingvoter(야후)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낸
2024년 영국 총선🚨
영국 정치인들은 선거 패배의 이유를 제도에서 찾아선 안 될 것입니다.
7월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은 보수당의 몰락을 선언했습니다. 13년간 야당 생활을 끝내고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며 노동당에게 정권을 넘겨줬어요. 노동당의 의석 점유율은 무려 63.2%인데 반해, 보수당은 18.6%에 불과합니다. 2019년 선거와 비교하면 노동당은 32.1%p 상승, 보수당은 37.6%p 하락했어요. 자유민주당은 2019년 대비 61석이나 증가한 72석(점유율 11.1%)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답니다. 언뜻 보기에는 영국 국민들이 완벽히 노동당의 손을 들어준 것 같지만, 일부 보수당 지지층은 노동당의 승리를 ‘절반의 승리’로 폄하하고 있어요. 왜 그런 주장을 할까요? 🤔
영국은 유럽의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와 다르게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내각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례대표제를 혼합하거나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내각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양당 체제를 구축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통해 강력한 대안 야당 세력을 구축합니다. 가장 강력한 야당은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정권 교체를 촉진합니다. 그래서 영국 정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 또한 양당 체제를 통한 정권 교체로만 바라볼 수 있습니다.
Reform UK(개혁신당 영국)의 약진
단순히 의석 점유율과 의석수만 살펴보면 양당 체제의 균열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득표율을 살펴보면 새로운 문제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 총선거에서 노동당의 득표율은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의 양당제 국가에서는 거대 양당의 득표율이 최소 30%~ 최대 50% 이상을 기록합니다.(2024년 대한민국 총선의 경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45.1%, 더불어민주당은 50.6%의 득표율 기록) 2024년 영국 총선의 노동당 득표율은 33.7%입니다. 앞서 얘기한 의석 점유율 63.2%를 차지한 영국 노동당의 득표율이 틀림없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차이가 무려 29.5%p입니다.
어떻게 저런 낮은 득표율을 통해서 60% 이상의 의석 점유율을 기록한 것일까요? 보수당의 몰락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보수 세력의 분화에 의한 결과입니다. 2016년은 영국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그 해 영국은 국민총투표를 통해서 브렉시트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보수당의 총리였던 캐머런은 브렉시트 결정 투표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용으로 선택했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를 분명히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에 대한 결정을 국민에게 맡겨버리는 멍청한 도박을 실행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일거양득을 노린것 같습니다.
브렉시트가 부결되면 더 이상 보수 진영 내 극단적 정치인들의 주장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을 겁니다. 강경한 보수주의자들은 영국의 쇠퇴가 불법 이민과 EU가입 때문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브렉시트가 부결 되더라도, 상당한 찬성 여론이 확인되면 EU 국가들과의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EU 국가들은 영국이 탈퇴하지 않길 바랬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여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EU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캐머런은 브렉시트 투표로 인해서 총리직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국민 과반 이상이 브렉시트를 찬성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분명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도박은 하이 리스크입니다.
이후 보수당은 지속적으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발생하는 경제적 침체,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터지면서 기존 질서에 대해 회의감을 품는 보수당 지지층이 많아졌습니다. 그 점을 강경 유럽회의론자들이 파고 들었습니다. 중심에는 Reform UK가 있었습니다. Reform UK는 2016년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영국독립당의 극단적 행태에 불만을 품고 뛰쳐나온 캐서린 블레이클록이라는 인물이 설립한 정당입니다. 게다가 브렉시트의 아버지라고 불린 나이젤 패라지마저 영국독립당을 탈당 후 합류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Reform UK는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득표율을 올렸을까요? 무려 14.29%입니다. 과거 보수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Reform UK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보수당의 득표율은 23.7%에 그쳤습니다. 일부 보수당 지지자들이 노동당의 승리를 ‘절반’이라고 지칭하는 이유입니다. Reform UK와 보수당의 득표율 합계가 노동당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향후 Reform UK와의 연대 혹은 합병을 통해서 노동당 정권을 무너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노동당의 승리 또한 큰 의미를 둬선 안된다는 주장까지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