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관계 개선의 시작
우리 국민들은 한-일 관계 개선의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꼽았습니다. 같은 기간 갤럽의 한-일 관계 방향 조사에서 ‘가능한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무려 64%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8%만이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 등 과거사에 ‘반성하고 있다’고 인식했는데,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85%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국민 다수가 일본 정부를 불신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일본이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한-일 관계 개선 결정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다수가 동의하지 않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를 대표해서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화제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삶을 잊었지만 피해자는 그때의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시 마주할 때, 가해자는 피해자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과거의 일을 두고 왜 그렇게 유난을 피우냐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 정부의 태도와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요?
일본 정부는 이미 과거 여러 차례 사과를 했고,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통한 충분한 배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일본의 거만한 태도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일 관계 개선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비단 한-일 관계에서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가해국과 피해국의 입장 차이, 곧 국제 정세에 만연해 있는 동상이몽 현상은 모든 국제 관계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공조만을 강조하는 정부
우리 정부는 대외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한미일 공조에 가장 방해가 되는 한-일 과거사 논란을 우선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불쾌한 과거조차 그냥 묻고 넘어갈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과거를 덮어 발전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아마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양국 간 무리한 관계 개선을 시도하다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합의안은 사실상 파기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결정 또한 정권이 교체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과거사에 대한 해결책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곧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가해국으로부터 진정한 반성과 사과조차 받지 못하는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과연 어떤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국제사회에서 약소국의 위치에 있던 우리나라는 일본제국의 무자비한 가해를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때와 전혀 사정이 다릅니다. 1945년 이후 해방국가 중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국가이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성급하고 오만방자한 관계 개선 방식을 내세워 국민들의 빈축을 산 윤석열 정부. 과연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