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안철수·김기현 의원 양강구도에서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위원장까지 출마를 선언함으로서 서서히 대진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침 국민의힘 전당대회 1차 컷오프가 엊그제 진행됐는데요. 결과는 극우 유튜버들의 전멸이었습니다. 우선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던 강신업 변호사를 비롯해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적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출 규정이 책임당원 100% 투표로 변경된 점을 노려보고자 했지만 출발도 하지 못한 채 거꾸러졌습니다. 아마도 국민의힘 입장에서 극우 유튜버가 정당정치를 흔드는걸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예측되네요.
극우 유튜버 사라진 1차 컷오프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과연 안철수 의원이 윤심을 등에업은 김기현 의원을 꺽을 수 있냐입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앞서고 있다는 지표가 속출하면서 여론은 더욱 요동치고 있는데요. 과연 여론조사 지표대로 전당대회 결과가 이어질까요?
가장 최근 여론조사는 바로 어제 CBS가 의뢰한 조원씨앤아이 결과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 안철수 의원이 36.9%, 김기현 의원 32.1%, 황교안 전 대표 9.3%, 천하람 위원장 8.6%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안철수·김기현 양강구도 아래에서 황교안 전 대표와 천하람 위원장이 최종 컷오프 대상자인 상위 4인에 명단을 올렸습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조경태 의원(1.9%)과 윤상현 의원(0.7%)은 이들보다 한참 뒤떨어진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주목할만한 포인트: 윤심과 이심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정권보다도 강력하게 개입했습니다. 룰 변경, 나경원 전 의원 해임 사태 등을 통해서 윤심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알려주었죠. 결과적으로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은 사람은 김기현 의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의원을 제치고 선두권을 달리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천하람 위원장이 최종 경선에 진출해서 유의미한 수치를 얻을 수 있느냐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천하람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자신이 당대표가 된 이후로 가입하게 된 책임당원들의 숫자가 상당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심을 꺽고, 이심이 두드러지는 상황이 충분히 연출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살펴볼까 합니다.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 신뢰할 수 있을까?
NBS의 2021년 6월 1째주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만 따로 살펴보면, 이준석 후보가 53%, 나경원 후보는 23%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이준석 후보가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세대교체 프레임을 통해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지지를 받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책임당원 투표 결과에서 나경원 후보(40.93%)가 이준석 후보(37.41%)를 앞섰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책임당원의 경우 정치 고관심층을 넘어 핵심 고관여층입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주류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집권여당일수록 대통령의 발언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죠.
따라서 현재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서 높은 결과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당선 유무는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준석 당대표 취임 이후 2030남성 지지층에서도 꽤나 입당을 하며 책임당원들의 성향은 더욱 세분화 되고 있습니다.
2년 전 국민의힘 책임당원 투표율은 45%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변이 없다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책임당원을 넓게 잡아 100만명이라고 할 때, 45만 명이 투표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받은 표는 1,600만 표입니다.
국민의힘 혹은 윤석열을 지지했던 국민 중 가장 고관여층인 45만 명만이 선출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번 전당대회는 민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책임당원 투표 방식이 정말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하는 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정치 뉴스를 보다보면 여론조사 문구 때문에 후보자들끼리 싸우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특정 후보끼리 단일화를 할 때,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이런 일들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만큼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은 결과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말고 정당 호감도 조사라는 결과를 본적이 있나요? 지난주 갤럽에서는 정당 지지율과 함께 정당 호감도 조사를 함께 실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대비 국민의힘은 5%p 상승한 33%, 더불어민주당은 동률인 32%를 기록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호감도는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한채 30% 초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체 호감도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요? 쉽게 설명드리자면 얼마나 더 확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해서 측정할 수 있는 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당을 지지할 때 반드시 호감을 가지고 있나요?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겁니다. 비록 내가 특정 정당이 싫다하더라도 다른 정당이 더 싫어서 지지할 수 있습니다. 다른말로 비판적 지지라고도 표현하고 있죠. 지지를 한다는것과 호감을 나타낸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표현입니다.
호감을 가진다는 것은 특정 정당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호감도가 높을수록 그 정당의 지지율 확장성도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호감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정당의 지지율이 낮아질수 있다는 중요한 징후가 될 수 있죠.
더불어민주당 호감도의 하향 전환점
최근 5년간의 정당 호감도 추이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6월에서 2021년 4월 동안 큰 폭의 호감도 수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10개월 동안 더불어민주당의 호감도는 무려 20%p가 하락했습니다(50%→30%).그렇다면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여러 가지 부정적 요인이 동시에 겹쳤습니다.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대한 부동산 민심 악화,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 갈등, LH사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시켰습니다.
특히나 2030세대에서 엄청난 호감도 하락을 겪었습니다. 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및 30대 연령층 호감도는 각각 46%, 56%였습니다. 하지만 21년 4.7재보궐 선거 패배 직후 조사에서 20대 호감도는 33%(-11%p), 30대 호감도는 29%(-27%p)로 폭락했습니다.
이후 2년여동안 더불어민주당의 호감도는 30% 초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패배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정당의 호감도를 높이지 못한채 지지층의 결집만으로는 선거를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하는 2년이었습니다.
국민의힘 호감도의 상향 전환점
반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시기에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21대 총선 직후 실시된 호감도 조사(20년 6월) 대비 이준석 당대표가 당선된 시점(21년 7월)에서 국민의힘 호감도는 무려 20%p나 상승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20대 호감도입니다. 동기간동안 20대 연령층에서 호감도가 무려 19%p나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탄핵정당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꼰대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완벽히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로 확인 20대 남성의 압도적인 국민의힘 지지와 함께 이준석의 당대표 당선은 젊은층들에게 강력한 호감 상승 요인으로 작동했습니다. 다만 대통령 선거 승리 직후 연이어 발생한 대통령의 실정과 집권여당의 갈등은 현재 호감도를 30% 초반대로 추락시켜 버렸습니다.
고만고만한 양당의 호감도
주요 양당의 호감도가 3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양당제의 폐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한때 50% 후반대의 높은 호감도를 급격히 잃어가면서 현재까지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호감도는 정당 지지율 상승의 외연확장성을 나타냅니다. 두 정당이 내년 총선때까지 특별한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비판적 지지를 외치며 결집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